왜 나쁜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젠장...

앞선 포스팅에서 출장에 앞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아주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나이가 나보다 많아서, 더구나 여자피디라 좀 디테일하고 감성적인 연출을 기대했으나...그건 기대일뿐이었고
이건 뭐, 갓 입봉한 피디처럼 개념을 서울에 놓고 출장을 와버린 것이었다.
초반부터 의견이 안 맞아서 삐걱거리면서 자기가 다 안다는 듯 나서서 팀을 이끌더니 제대로 돌아가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섭외장소 無, 사전정보 無, 無, 無, 無, 無......
씨바, 도대체 뭘 알고 온건지 알 수가 없었다. 더불어 나이만 처먹은 곤조란...
남자새끼였음 면상 아스팔트에 갈고 싶었다.
첫날을 그렇게 어영부영보내고 둘째날은 간월산이란 곳을 등산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번 아이템은 산악자전거였는데 동호회 5명과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 2명이 동행이다. 처.음.경.험.하.는.
맨몸으로 올라가도 시간 반이 걸리는 등산로를 나는 카메라를, 후배는 트라이포드와 기타 장비를, 나머지는 자전거를 메고 올라갔다. 올라가는거야 그렇다치고 초보자가 이런 산길에서 자전거를 탈 수 없을거라 얘기했지만 힘든 표정이라도 촬영하고 싶다는 피디얘기에 수긍하고 올라갔다. 그것까지는 이해하고 당연한거라고 생각했지만......
상식적으로 산이란 곳은 해가 지기전에 내려와야하는 것 아닌가. 산에선 해지면 위험하니 해 지기전 내려가자고 얘기를 했건만 핸드폰 불빛으로 내려가면 된다고 지껄이더니 정말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서 내려왔다. 씨바, 그게 말이 되냐.
미친 년의 잘못된 결정 하나에 10명의 목숨이 간월산에서 날아갈뻔했다. 해가 진 산은 정말 그야말로 칠흙같은 어둠이었고 보이지도 않는 산길에서 핸드폰불빛으로 산악회들이 사람 지나간 표시로 나무에 걸어놓은 리본을 찾아 세시간을 쉬지않고 죽을둥 살둥 내려왔다. 지년 하나빼고는 다들 15키로그램의 짐들을 하나씩 메고 말이다.
전화도 터지지않고 벌레소리 하나 나지 않는 어둠의 산길은 정말 죽음의 나락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내려온 곳은 양주시 통도사의 뒷마당. 등산의 시작은 아침 10시에 울산시였는데 하산의 끝은 밤 9시 양주시였다. 욕이 안나오겠냐. 안 때린 것만 해도 많이 참은거지.
아무튼 통도사 뒷마당으로 내려오면서 후배와 둘이 살았다를 외쳤는데 이거 웬걸...절에서 입구까지 가는데만 걸어서 한시간이란다. 가로등도 없는 길을 말이다. 이건 정말 죽으란 얘긴가보다 했는데 다행히 공양보살님이 우리를 딱하게 여기시어 취침에 든 막내스님을 깨어 태워보내주라 말씀하셔서 그 차를 얻어타고 겨우 밖으로 나왔고 30분 후에 우리보다 늦게 내려온 나머지 일행을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갔으나 미친 년의 만행은 끝나지 않았다. 다들 기진맥진 지쳐있는데도 불구하고 밤촬영을 해야한다고 우겨서 밤촬영을 12시까지 했고 다음날 일출촬영을 하고 싶다는 걸 내가 미친거 아니냐고 화를 내니 통으로 날리겠다고 했다가 다음날 오후에 결국 그 바닷가씬을 촬영했다. 디테일하게는 더 많은 진상짓이 있지만 지난 일 자꾸 얘기해봐야 내 스트레스만 쌓이니까 이정도로 하고 중요한건 그 촬영으로 인한 내 상태다.

다음 날부터 다리에 알이 심하게 생겨서 평지외에는 걷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촬영을 하러 나가서 개고생했다.
또 좀 민망하긴 하지만 술을 좋아하고 많이 먹기도 하는 나는 치질기운이 있었다. 과로하거나 과음하면 그 부위가 부어오르고 좀 쉬어주면 다시 가라앉아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그 2박3일의 미친 촬영을 다녀와서는 붓기와 아픔이 심상치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쉬는 날 차를 고치고 시간이 남길래 오후에 집근처 대장항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더니 치질의 삼관왕이라는 것이었다. 별 그지같은 삼관왕을 봤나. 원래가 좀 치질이 심했는데 이번 과로로 아주 심해져서 빠른 수술이 필요하다는......결국 잡혀있던 촬영들을 토요일까지 마무리 하고 월요일날 수술해서 지금은 회복기이고 어제 아침에 퇴원했다. 수술은 마취도 하고 무통주사도 놔주어서 별로 아픈거 못 느꼈는데 그제 수술 후 첫 배변하다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뇌에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본능적으로 씨발이 목구멍에서 터져나왔다. 이런 아픔 군대조인트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느낀는 아픔이었다. 한동안 배변할 때 난산의 고통을 느낄 듯 하다. 졸라 무섭다. 어제도 죽을 뻔 했는데.....
그래도 몸 치료한거니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별거 아닌 2박동안의 입원생활내내 여자친구가 자신의 수업도 팽개치고 말 그대로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줘서 너무 고마울뿐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몸 다 나으면 좋아하는 소풍이나 열심히 다녀야겠다.
여사님,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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